[국민일보][기고] 대통령이 교회에 물은 ‘정교분리’(202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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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통령이 교회에 물은 ‘정교분리’
입력 2026-02-02 03:05
게티이미지뱅크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헌법 제20조에 명시된 정교분리를 언급했다. “종교의 정치 개입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길”이라면서 “반란 행위” “뿌리를 뽑아야 한다”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법률도 조금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 개입을 좀 심하게 제재해야 되지 않을까” 등이라고 말했다.
헌법의 정교분리는 정치가 종교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강하다. 반대로 정신적 가치를 제시하는 종교가 정치에 대해 침묵하라는 의미도 아니다. 종교가 정치적 사안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종교계, 특히 개신교와 가톨릭 성직자들이 앞장서서 민주화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 권력이 교회 내부에 개입하겠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성직자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압력도 아닐 것이다. 만일 설교 내용을 비롯해 교회 내부의 일을 문제 삼아 국가가 개입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교분리 원칙 위반이고 종교자유 침해다. 그것을 이 대통령이 모를 수가 없다. 따라서 이번 발언의 의도는 교회의 본질을 지키라는 바람을 강하게 피력한 것이라고 본다.
최근 몇 년 동안 개신교계 일부에서 과도하게 특정 정치 지도자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이어진 것은 사실이다. 성직자나 평신도의 정치적 발언이나 집회 참여는 자유이지만 문제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교회 강단에서의 과도한 정치적 발언이다.
우리는 정치 이데올로기와 종교적 신념이 합해지면 그 무엇으로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보았다. 지난해 1월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단적인 예다. 부정선거 신봉론자들은 대법원의 판결도 인정하지 않는다.
교회 내부의 문제는 교회가 스스로 풀어야 한다. 목회자가 설교에서 과도하게 정치적인 발언을 일삼는 것은 강단을 오염시키고 교회의 본질을 흔드는 문제다. 부산 세계로교회에서 손현보 목사가 ‘이재명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을 때, 소속 교단 목회자와 성도들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손 목사를 지지하는 성명도 나왔다. 일부 노회는 지난해 9월 열린 총회에 손 목사를 제재(치리 또는 징계)해야 한다는 헌의안을 올렸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목회자와 교회 문제를 다루는 절차다.
목회자나 성도 개개인은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교회가 정치에 나서는 것은 다양한 정치 성향을 가진 성도들의 갈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교회는 정치 공동체가 아니다. 예배 설교에서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와 반대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는 교회가 반헌법적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개입할 수 없다. 개입해서도 안 된다. 교회 내부 절차에 맡겨야 한다.
다만 공직선거 기간 중이라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될 수 있다. 또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만한 발언이나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면 피소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손 목사나 민주당 대표 시절 이 대통령을 비난하는 연극을 한 은평제일교회 담임목사나 교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는 그 같은 비판도, 그 이상의 비판도 감내해야 하는 자리임을 알아야 한다.
교회는 성경적 가르침에 따라 올바른 가치를 제시할 수 있다. 사랑 정의 평화 공의 인권 약자에 대한 돌봄 등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종교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법을 제정하려고 할 때 반대 입장을 취할 수 있다. 그것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마땅히 선포해야 할 복음의 가치이고 교회의 사명이다.
한국교회 입장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강력했다. 특히 법률 보완을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우려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대통령이 한국교회에 정교분리라는 숙제를 던져 줬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그 문제를 풀어야 할 때다.
로마서 13장 4절은 국가 지도자를 ‘하나님의 사역자’라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국가 지도자를 세우셨다는 믿음으로 그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반대로 잘못할 때는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상임대표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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