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향’은 차별 금지 대상에서 빼겠다는 정치권" (경향신문 2019.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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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은 차별 금지 대상에서 빼겠다는 정치권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한국당 32명 등 여야 의원 40명, 인권위법 개정안 발의
시민단체 “인권 침해…동성애 혐오 세력의 논리 담겨”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2일 대표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차별 금지 대상의 목록에서 ‘성적(性的) 지향’ 문구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민단체는 개정안이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출신 지역,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 재화의 이용 등에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개정안은 차별 금지 대상 목록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했다. 또 안 의원 등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 “‘성별’이란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는 문구를 새로이 넣자고 제안했다. 현행법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성별을 규정하는데, 정작 성별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어 입법적 공백이 발생했다는 취지다. 개정안 발의에는 김진태·주광덕 등 자유한국당 의원 32명을 비롯해 서삼석·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배숙·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조원진·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 김경진 무소속 의원 등 40명이 참여했다.
16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페이스북을 통해 “성적 지향을 포함해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의 분명한 원칙”이라며 “이번 개악안은 민주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의원들까지 참여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서에서 “‘누구도 차별하면 안된다’는 이 말이 그렇게 어려운가”라며 “국민의 세금을 받으며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인권을 침해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동성애 혐오세력의 논리와 닮아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성소수자 지지 단체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한채윤 상임이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법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을 보면 혐오세력의 논리와 거짓 정보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고 했다. 2016년 한국교회 교단장회의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적 지향’ 문구 삭제 개정 서명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듬해인 2017년 한국당 김태흠 의원 등 17명의 국회의원은 같은 내용의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상임이사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은 보수 기독교계를 비롯한 동성애 혐오세력의 숙원사업”이라며 “현재 전국적으로 제정된 인권조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진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노력은 사라진 반면, 정치인들이 앞서 혐오를 선동하고 있다”면서 “한국사회에서 평등의 가치를 후퇴시키려는 이들이 공론장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동료 시민을 존중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오는 21일까지 연명을 받아 각 정당에 개정안 발의에 동참한 의원의 내년 21대 총선 공천 배제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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